산책을 나서기 전, 강아지 목에 목줄을 채워요. 별생각 없이 매일 하던 일인데, 요즘 그 목줄 안에 심박수 센서가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강아지가 지금 얼마나 숨을 쉬고 있는지, 심장이 제 박자로 뛰고 있는지, 밤새 얼마나 편하게 잤는지 — 목줄 하나가 24시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나 보던 이야기 같지만, 이미 수의사들이 임상에서 쓰고 있는 현실이에요.
강아지도 웨어러블을 한다 — 스마트 목걸이의 원리
사람이 스마트워치로 심박수를 재는 원리를 PPG(광혈류측정)라고 해요.
피부에 빛을 쏘면 혈류량에 따라 흡수되는 빛의 양이 달라지는 것을 감지하는 방식이에요.
반려동물용 스마트 목걸이도 같은 원리를 활용해요.
목 부위 피부에 밀착된 센서가 혈류를 읽고, 그 데이터를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합니다.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제품은 이스라엘 기업이 개발한 PetPace예요.
10년 이상의 연구와 수백만 건의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탑재되어 있어요.
심박수(Heart Rate), 호흡수(Respiratory Rate), 체온, 심박변동성(HRV), 활동량, 자세, 수면 품질, 통증 지수까지 동시에 측정합니다.
일반 소비자용으로도 판매되지만, 심장 질환이나 만성 질환이 있는 강아지를 담당하는 수의사들이 원격 모니터링 용도로 쓰는 경우가 특히 많아요.
수의사가 앱을 통해 환자 강아지의 활력징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활동량 추적에 특화된 FitBark는 사람의 핏빗(Fitbit)과 개념이 비슷해요.
목줄에 장착된 소형 센서가 하루 걸음 수, 수면 시간, 소모 칼로리를 기록해요.
150개국 이상의 반려인이 쓰고 있고, 애플 헬스와 연동해 반려인과 반려견의 활동 데이터를 함께 비교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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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어디쯤 와 있을까
해외 제품들이 화제지만, 국내에서도 움직임이 빠릅니다.
SK텔레콤이 개발한 **엑스칼리버(X caliber)**는 강아지 엑스레이 사진을 AI가 분석해 이상 징후를 짚어내는 서비스예요.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국내 최초로 엑스레이 기반 '동물의료 영상검출보조 소프트웨어' 허가를 받았고, 2025년 기준 국내 동물병원 450여 곳에서 실제로 사용 중이에요.
이제 진단 범위를 개에서 고양이까지 확대했고, 호주·싱가포르·일본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활용하는 방식도 있어요.
스타트업 에이아이포펫의 '티티케어' 앱은 반려동물의 눈, 피부, 치아, 걷는 모습을 촬영하면 AI가 이상 징후를 분석해줘요.
별도 기기 없이 스마트폰 하나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에요.
국내 최초로 수의사 비대면 진료 서비스도 시작해서, AI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응급 내원 필요성을 판단하거나 수술 후 경과를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어요.
국내 펫테크 시장은 2025년 약 3천억 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웨어러블 기기와 AI 헬스케어 서비스가 그 성장을 이끄는 핵심 품목으로 꼽힙니다.
AI가 먼저 알아챈다는 것의 의미
강아지는 아프다고 말하지 못해요.
아파도 꾹 참고, 웬만해서는 티를 안 내요.
그래서 반려인들이 이상을 알아채는 시점은 대부분 증상이 꽤 진행된 후예요.
"어제까지 밥 잘 먹었는데"라는 말이 동물병원에서 자주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AI 헬스케어 기기의 핵심 가치는 바로 이 간극을 좁히는 것입니다.
PetPace의 통증 지수 알림 기능은 강아지가 외부로 드러내지 않는 만성 통증이나 불안감을 심박변동성 패턴으로 감지해요.
호흡수가 갑자기 늘거나 심박수가 평소와 다른 패턴을 보일 때 보호자 스마트폰으로 즉시 알림이 옵니다.
수의사에게 "요즘 뭔가 이상한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대신, "지난 3일간 호흡수가 평균 32회에서 47회로 올랐어요"라고 데이터를 갖고 가는 거예요.
이 변화는 수의 의료의 방식도 바꾸고 있어요.
AI 기반 동물 헬스케어 시장은 2025년 약 1억 8,100만 달러 규모에서 2035년까지 연평균 21.65% 성장률로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수의사들이 단순히 진료실에서 동물을 보는 것을 넘어, 집에서 생활하는 동물의 데이터를 원격으로 받아보는 원격 모니터링 체계로 이동하고 있는 흐름이에요.
데이터가 쌓인다는 건 단순한 수치의 문제가 아니에요.
우리 강아지의 "정상 범위"가 다른 강아지와 다를 수 있거든요.
AI는 개별 동물의 데이터를 누적하면서 그 개체만의 기준선을 만들어요.
어젯밤 우리 강아지의 심박수가 전국 평균보다 낮더라도, 이 아이의 평소 패턴과 다르다면 그게 더 중요한 신호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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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도 있다 — 맹신보다 활용
기대가 클수록 한계도 짚어봐야 해요.
현재 반려동물용 웨어러블 기기는 대부분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게 아니에요.
PetPace처럼 수의 임상에서 활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소비자용 제품은 질병 진단 도구가 아닌 웰니스 모니터링 기기로 분류됩니다.
데이터에 이상이 감지됐다고 해서 바로 특정 질병으로 해석하면 안 되고, 수의사와의 상담이 반드시 필요해요.
착용감 문제도 있어요.
센서가 피부에 잘 밀착되어야 정확한 측정이 가능한데, 털이 많은 견종이나 목 부위 피부 주름이 많은 견종에서는 측정 오차가 생길 수 있어요.
소형견의 경우 기기 무게 자체가 부담이 되는 경우도 있고요.
가격도 아직은 진입 장벽이에요.
해외 프리미엄 제품은 기기 비용만 수십만 원이고, 원격 수의사 상담 기능이 포함된 구독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려면 월 비용이 추가돼요.
국내 앱 기반 서비스들이 접근성 면에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목줄 한 개가 바꾸는 것
수달이 강의 건강 지표가 되는 것처럼, 우리 강아지의 심박수 데이터는 이 아이가 오늘 얼마나 건강한지 알려주는 신호예요.
말 못하는 존재의 언어를 AI가 읽어주는 시대가 조용히 시작됐습니다.
완벽하진 않아도, 방향은 맞는 쪽을 향하고 있어요.
아직 기기 하나에 건강을 맡길 수 없지만, 우리 강아지가 어제보다 오늘 더 편하게 잤는지는 물어볼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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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K텔레콤 뉴스룸, 「SKT 반려동물 AI 의료 서비스, 호주·싱가포르 진출」 (2024) — 기사 보기
- 에이아이포펫·KDI 나라경제, 「반려동물 헬스케어 기술로 한 걸음 더 가까이」 (2024) — 기사 보기
- Global Growth Insights, 「글로벌 반려동물 웨어러블 시장 보고서」 (2026)
- MetaTech Insights, 「동물 건강 시장의 인공지능 2025-2035」
- PetPace, 「PetPace vs FitBark: A Closer Look at Smart Collar Technology」 (2025) —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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