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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복지

개구리 울면 비가 온다 — 기후변화로 울음 시기가 빨라지는 현실

by 바오와 라이카 2026.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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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논둑을 지난때면 들리는 정겨운 소리.

풀숲 어딘가에서 하나가 울기 시작하면, 잠시 후 논 전체가 와글와글 울려요.

 

어렸을 때 어른들이 말했죠. "개구리 울면 비 온다." 그 말이 그냥 오래된 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면 꽤 과학적인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요즘 그 속담이 조금씩 어긋나고 있어요.

개구리가 울어야 할 시기가 달라지고 있거든요.

 

기후변화가 개구리의 몸속 시계를 건드리고 있는 겁니다.

 

"개구리 울면 비가 온다" — 과학적으로 맞는 말일까?

 

속담이 단순한 미신처럼 보여도, 여기엔 나름의 원리가 있어요.

 

개구리는 폐와 피부 두 가지로 동시에 호흡하는 동물입니다.

 

그런데 비가 오기 전에 기압이 낮아지고 공기 중 습도가 높아지면, 피부 호흡이 원활하지 않아져요.

개구리는 이를 보완하려고 평소보다 훨씬 크고 많이 울어 호흡량을 늘립니다.

 

조상들은 이 울음소리를 듣고 비를 예측했던 거예요.

 

물론 완벽한 공식은 아닙니다.

 

맑은 날에도 개구리는 울고, 특히 수컷은 번식기에는 날씨와 무관하게 종일 울어댑니다.

 

다만 통계적으로 보면,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은 뒤 30시간 안에 비가 내릴 확률이 60~70% 수준으로 알려져 있어요.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닌 셈입니다.

 

개구리의 몸은 기온계다 — 기후변화의 살아있는 지표

 

개구리가 중요한 이유는 비 예보 이상입니다.

 

환경부는 북방산개구리를 '기후변화 생물지표 100종'에 포함시켜 매년 전국 10개 지점에서 첫 산란일을 기록하고 있어요.

 

국립공원공단이 지리산국립공원에서 15년간 큰산개구리의 첫 산란 시기를 관찰한 결과, 산란 시기가 18일 가량 앞당겨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5년 만에 18일이에요. 보름 넘게 봄이 당겨진 거예요. 

 

지리산 구룡계곡에서 국립공원공단이 2010년부터 기록한 북방산개구리 첫 산란일 데이터를 보면 흐름이 더 뚜렷하게 보입니다.

 

연구진은 매년 겨울철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지리산 북방산개구리 첫 산란일도 빨라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년 12월 평균기온이 높을수록 북방산개구리 산란 시기가 빨라지는 경향이 나타났고, 지리산 구룡계곡 인근 12월 평균기온은 11년간 연평균 0.18도씩 높아졌습니다. 

 

결정적인 변화는 1월에 나타났어요.

구룡계곡에서 관측을 시작한 이후 1월에 산란이 확인된 건 최근 2년 연속이었는데, 이는 관측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겨울 한복판에 개구리가 알을 낳기 시작한 거예요. 

 

👉 [수원청개구리 — 논에서 사라지는 봄의 소리, 우리나라 양서류 최초 멸종위기 1급]

 

빨리 울었다가 얼어버린 알 — 생태계 연쇄 충격

 

문제는 단순히 "일찍 울었다"가 아닙니다.

 

개구리가 너무 일찍 산란하면, 그 이후 찾아오는 한파에 알이 그대로 얼어버려요.

 

무등산국립공원에서는 1월 말부터 2월 초까지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많은 북방산개구리들이 산란했는데, 2월 3일부터 6일까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수위가 낮은 곳에 산란된 알들이 꽁꽁 얼어붙은 채 발견됐습니다.

 

공단 관계자는 기후변화로 산란일이 빨라졌다가 추위가 다시 찾아오면 개체수가 감소해 개구리를 먹이로 하는 파충류, 맹금류, 족제비류 등에도 영향을 줘 연쇄적인 생태계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개구리 알 하나가 먹이사슬 전체를 잡아당기고 있는 셈이에요.

 

조류의 산란 시기가 앞당겨지면 곤충이 아직 활동하지 않아 어린 개체가 먹이 부족으로 생존율이 낮아지는 것처럼, 생물계절의 변화는 단순한 기온 상승에 머물지 않고 '자연의 시계'에 혼란을 줘 먹이사슬과 같은 종 간 관계에 예측하지 못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지표입니다. 

 

논이 사라지면 노래도 사라진다 — 수원청개구리의 경우

 

논에서 울고 있는 수원 청개구리
출처 국립생태원 이정현 (공공누리, KOGL) 제2유형

속담에 등장하는 개구리 중 가장 아슬아슬한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수원청개구리예요.

 

수원청개구리는 1977년 수원 농촌진흥청 앞 논에서 처음 채집된 한국 고유종으로, 2012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됐습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도 위기(EN)종으로 분류된 상태예요. 몸길이 2.5~4cm로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개구리 중 가장 작은 종이기도 합니다. 

 

수원청개구리가 사라지는 이유는 기후변화보다 직접적인 데 있어요.

 

도시화로 습지가 사라지고 논조차 도로·주택·골프장 개발로 줄어들면서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제초제 사용으로 논둑의 풀이 사라져 쉴 공간이 없어졌고, 흙이어야 할 배수로가 콘크리트로 바뀌면서 이동 경로마저 막혔어요. 

 

1000개 이상의 지점에서 조사한 결과 수원청개구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된 곳은 123개 지점에 불과했고, 이 중 상당수는 간척지처럼 인위적으로 형성된 환경이었습니다.

 

보호구역과의 중첩은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그 이름에 도시 이름이 들어간 개구리가, 바로 그 도시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개구리 서식지 — 금세기 말이 무서운 이유

 

더 먼 미래를 보면 상황은 더 복잡해집니다.

 

호주 웨스턴시드니대와 미국 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 캠퍼스 등 공동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금세기 말 지구 기온이 19세기 후반 대비 2도 상승하면 개구리 서식지의 7%가 말라 버리고, 4도 상승하면 서식지의 33%가 극심한 건조 현상에 직면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개구리는 피부로 호흡해요.

 

서식지가 건조해진다는 건 말 그대로 숨을 쉬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는 뜻입니다.

 

개구리와 두꺼비의 감소는 곤충을 먹는 포식자로서의 역할 공백을 만들고, 이들을 먹이로 삼는 뱀과 새 등의 개체수 감소로 이어지는 연쇄 생태계 충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개구리가 사라지면 봄도 달라진다

 

봄날 논둑에서 들려오던 개구리 울음소리는, 단순히 비를 예고하는 소리가 아니었어요.

 

그 소리가 울려야 봄이 왔다는 신호였고, 먹이사슬이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신호였고, 논이 살아있다는 신호였습니다.

 

기후변화는 그 시계를 빠르게 돌려버리고 있어요.

 

너무 일찍 울어버린 개구리의 알은 뒤따라온 한파에 얼어버리고, 불규칙해진 봄은 먹이사슬 전체를 흔들고 있습니다.

 

조상들이 개구리 울음소리에서 날씨를 읽었다면, 우리는 지금 그 울음소리에서 기후를 읽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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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청개구리 — 논에서 사라지는 봄의 소리, 우리나라 양서류 최초 멸종위기 1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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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에 꼭 기억해야 할 동물·환경 기념일 5가지 

 

 

[출처]

  • 국립공원공단, 「개구리 산란 앞당겨지는 등 기후변화 징후, 국립공원 생물상 변화로 확인」, 정책브리핑 (2025.9) 
  • 국립공원공단, 「지리산 북방산개구리 2년 연속 1월 첫 산란 관측」, ZDNet Korea (2021.2) 
  • 기후에너지환경부, 「국립공원 내 개구리 산란시기 빨라져…기후변화 영향 추정」, 정책브리핑 
  • 환경일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 「수원청개구리의 위기」 (2024.11) 
  • Chae et al., 「Calling Phenology of Two Frog Species in South Korean Rice Paddies」, Animals (2025.10) — 초록 보기
  • 경향신문, 「개구리가 경고하는 기후위기」 (2024.11) —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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